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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거주하고 있는 찐 대구 토박이입니다. 요즘 오랜 친구들과 모임을 하면서 대구사람이면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대구 10 미라고 말하는 음식들을 모임 때마다 선정해서 가보는 맛집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 10 미 중에서 옛날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 있는 반면 취향이나 선호도 차이로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더러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선정된 대구 10 미 음식은 대구에서 먹는 생고기인 뭉티기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뭉티기는 경상도 사투리로 덩어리를 일컫는 말인데 꼭 생고기 이름을 말하는 것만 아니라 다른 의미로도 널리 쓰이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음식으로 뭉티기는 생고기를 덩어리 형태로 썰어서 먹는 음식으로 육사시와는 또 다른 식감과 맛과 느낌이 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생고기나 육회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이제껏 뭉티기를 먹지 않았습니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식의 호불호도 변하고 입맛도 바뀌어서 못먹는 음식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뭉티기 맛집은 대구 신천동 송라시장 입구의 송림식당으로 선택했습니다. 대구의 유명한 뭉티키는 왕거미 식당이 많이 알려졌지만 토요일은 생고기를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듣고 주말 모임이 가능한 송림식당으로 정했습니다.  송림식당도 맛집으로 유명해서 오픈런하면서 대기 1시간 정도는 각오하고 가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영업시간이 5시 부터인데 친구 녀석이 조금 일찍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정확히 4시 이전에 번호표를 받았는데 5번을 받았습니다. 한 4시 45분쯤 다시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근처 무인카페에서 친구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시간을 죽였습니다.

다행히 오픈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앉을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생고기 특대가 8만 원이고 양지 오드레기 특대가 역시 8만 원입니다. 당연하지만 신선한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기에 가격은 조금 있습니다.

순위권 내에 번호표를 얻은 팀은 순번대로 원하는 좌석에 앉으면 됩니다. 입장할때 보니 대기손님들이 꽤 많이 있던데 부러운 시선으로 바로 보는 것을 보고는 참 먹기 어려운 음식을 먹으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찬이 나왔습니다. 고구마 분홍소시지, 멸치, 땅콩, 옥수수, 호박씨, 고추지, 강냉이, 생오이가 기본 찬이고 추가로 소고기 뭇국이 나옵니다.

오픈런을 하고도 음식이 나오기 까지 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아마 주문받고 바로 준비를 하는데 순번대로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듯합니다. 

성인 4명이서 소주한잔을 하려고 특대 뭉티기를 주문했습니다. 특대라서 양이 그래도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의외로 접시에 담겨 나온 고기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네요.

고기의 신선도는 아주 좋아 보였고 생고기인데 핏기도 없습니다. 아주 찰지고 쫀득한 젤리 같은 느낌입니다. 생고기와 함께 나온 양념장이 아주 특이했는데 밤을 슬라이스 해서 넣어둔 제품이네요.

생고기는 육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았고 식감이 탱글하면서 부드러워서 마치 광어회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육고기 특유의 고소함과 맛이 생각보다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뭔가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주말이라 바로 도축된 생고기를 쓰지 않고 하루 숙성이 된 탓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양념장은 부추와 마늘 그리고 생밤이 슬라이스로 들어가 있는데 이게 아주 별미고 맛있습니다. 그냥 양념장만 먹어도 맛있고 뭐든 찍어 먹으면 고소한 참기름 향과 매콤하면서 간도 맞고 단맛도 은은하게 나는 게 만능 양념장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생밤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아주 예술이고 마늘도 들어가 있어서 알싸한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뭉티기는 약간 육각형으로 큐브 스테이크 형태인데 살짝 부족한 맛과 향이 양념과 함께 어울어져서 아주 먹기 좋기는 한데 양념에 생고기 맛이 묻히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예전에 먹어본 육사시미와 비교해서 고소한 맛은 육사시미 쪽이 훨씬 더 맛있었던 것 같네요.

함께 나오는 소고기 무우국인데 워낙 좋아는 국이기도 하지만 푹 끓여낸 소고기 뭇국이 너무 맛있습니다. 소고기 건더기도 들어 조금씩 보이고 두부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4명이서 덜어먹을 개별 접시나 그릇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네요.

뭉티기 특대로만으로 성인4명의 안주로는 조금 부족해서 오드레기를 주문했습니다. 오드레기 역시 처음 접해보는 음식인데 양지 오드레기라고 되어 있네요. 꼬들꼬들한 심줄 같은 줄기와 얇게썬 차돌박이 같은 느낌이 조금 있습니다. 오드레기는 질기지 않는데 쫄깃한 식감이라서 좀 신기했습니다.  간이 이미 되어 있어서 따로 소금에 찍어 드실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소주안주로 꽤 괜찮습니다.

먹을 때는 조금 모자란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해서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서는데 배가 부르네요. 대구사람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대구 10 미 중 1 미 뭉티기는 탱글 쫄깃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생선회를 먹는 느낌이 있고 양념장이 너무 맛있지만 육사시미에 비해서 고소함과 육향은 그리 도드라지지 않고 약간은 플랫 한 맛이 나는 음식이었습니다. 오드레기는 짭짤하면서 꼬들한 식감인데 질기지 않은 맛이 술안주로 좋아 보입니다. 이상 대구 뭉티기 솔직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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